이창래의 <가족> 1~6장 분석: 오늘 포스팅은 작중 여성 인물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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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여성 인물 분석
타인종 간의 결합 양상은 과연 제리 배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박수정은 이창래의 전작들에서 아시아계 남성과 그들의 “동화”를 보다 성공적으로 담보해줄 수 있는 백인 여성과의 결합이 주를 이뤘다면, 본 작품에서는 “오리엔탈리스트 백인 남성과 수동적 동양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여성들의 결합”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요컨대 제리 배틀과 깊은 연관을 맺는 한국인 아내 데이지와 남미계 애인 리타는 성적 타자로서 백인 남성의 이국적인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봉사”한다는 말이다(88).
*** 이창래가 앞서 출간한 두 작품은 젠더 문제에 있어 큰 비판을 면치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떠오름』에서 젠더 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제리 일가가 누리는 경제적 부(富)는 “배틀 형제의 벽돌과 회반죽”(Battle Brothers Brick & Mortar)이라는 조경 사업으로부터 나온다. 잭이 회사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과정에 있어 이름이나 회사의 형태가 변모하긴 했지만 계속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이 가업이 ‘형제들’을 위한 것이며, 여기서 배틀 가의 여성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배틀 가의 가업인 “조경 사업(은) 남성 젠더의 특징을 강하게 지니며(gender-specific), 주로 백인들이 거주하는 교외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인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race-bound)”(박수정 92-95). 또 이런 가업의 형태가 가부장제와도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작품의 여성 인물들은 “음식에 의해 정의된다. 데이지와 리타는 요리 솜씨가 좋고, 유니스는 비싼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84). 제리가 잠깐 동안 교제했던 켈리(Kelly)는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지도 못하고 먹지도 않는데, 이것이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었던 이유이다(38). 반면에, 제리의 어머니는 과장해서 말하면 오직 요리만 할 줄 알았다(120). 테레사는 제리와 잭과 마찬가지로 “탐식가”(137)이다. 이 소설에서 음식 만들기는 상당 부분 여성들의 역할과 지위를 시사한다. 흥미롭게도,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음식 만들기는 테레사와 폴 커플에서는 역전되어 나타난다. 이점에서도 테레사는 소설의 다른 여성들과 구분된다”(박수정 주석 17)
1) 침묵으로 대변되는 제리의 어머니
[B]ut I used to think she wasn’t the swiftest doe in the forest, because she rarely did anything else but keep house and feed everybody and try to make Pop’s life run smoothly and comfortably, even as he was often a jerk to her and had several love affairs. . .Every once in a while on no special occasion Pop would spring for a marble-sized diamond ring or a string of fat pearls, and I suspect it was my mother exacting tribute for his latest exposed dalliance. (114-15)
작품에서 제리의 어머니에 대한 서술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는 그녀가 가정에서 차지하는 역할, 영향력이 얼마나 경시되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을 돌보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논나(Nonna)는 그렇다고 할 취미나 뚜렷한 취향도 없는 생명력 없고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행크는 종종 외도를 일삼았고 논나는 그것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데, 경제적 능력이 없는 그녀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크는 이따금씩 생색이라도 내듯 갖가지 물질적 보상을 그녀에게 ‘선사’한다(물질을 이용한 젠더 권력 행사). 박수정은 페미니스트 역사 학자인 거다 러너(Gerda Lerner)를 인용하며, 논나가 집 안에서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대를 이을 자손을 생산”하는 역할 때문이고 “여성의 재생산능력에 대한 통제야말로 가부장제의 핵심 기제”임을 지적한다(94). 논나는 두 번의 유산의 아픔 또한 겪은 바 있다(150).
같은 맥락에서 리타가 제리를 떠난 궁극적인 이유는 제리가 그녀에게 그 어떤 미래도 약속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그녀의 소망을 나이를 이유로 들어 억눌렀고, 공식적으로 혼인을 하지도 않은 채 리타는 수많은 세월을 제리의 자식들을 돌보는 것에만 헌신했다. 제리가 리타를 위해서 했던 X표시가, 그것을 아무리 손으로 가리켜줘도 그녀가 도저히 찾아내지 못했던 것처럼, 그와 그녀의 관계는 실체가 불분명한,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암담한 것이었다(21).
2) 철저한 오리엔탈 타자, 데이지
[S]ome colorful seaweed and rice thing that we didn’t know back then was sushi, which people couldn’t believe she had made, and maybe some other Oriental-Style dishes. . .she always told us the name of but that we could never remember but which everyone loved and always finished first. (101)
데이지가 동양식 요리를 한 뒤 매번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줘도 그 누구도 그것을 만끽할지언정 그녀가 알려주고자 하는 바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을 발휘하진 않는다.
I knew Daisy was volatile, like the crazy girl who haunts every neighborhood . . . Daisy just let it all spill out in her messy exuberant froth of semi-language, clueless and charming and quite sexy, at least in that me Tarzan you Jane mode I welcome, with its promise of most basic romance. (103)
“타자로서의 데이지의 특징은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는데 그것은 비(非)언어, (여)성, 광기이다. 그런데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제리가 데이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그가 그녀에 ‘대하여’ 서술할 때, 그녀에 ‘대한’ 지식의 근거는 그녀가 아니라 그 자신에 있다. 이때 제리는 정의를 내리는 주체이며 데이지는 그 대상이다”. 데이지의 영어는 악센트가 강하고 알아듣기 힘들지만 제리에게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데이지의 언어는 정글의 타잔에 대한 제인의 로맨스, 원주민에 대한 민속지학자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으로, 그것이 말이 아니라 “말 비슷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박수정 98).
Treat her badly, don’t give her any money or attention or even a chance to bitch or argue. Don’t let her leave the house for a week. Then when she’s really down in the dumps bring her some diamond earrings or a string of pearls. . .(105)
행크는 가업뿐만 아니라 아내나 일을 대하는 태도까지 아들에게 그대로 전수한다.
Pure talk was never that important to us anyway, even at the beginning, when it was mostly joking and flirting, for though her English was more than passable it was just rudimentary enough for us to stay clear of in-depth and nuanced discussions, which suited me fine. . . if she had any power over me it was certainly sexual power. (119)
데이지와 제리에게 “순수한 대화”(pure talk)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며 만일 그녀가 그에게 가지는 어떤 힘이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성적인 맥락에서만 발현된다. 제리는 자신이 익숙했던 여자들과는 상이한, 이국적인 매력을 가진 데이지에게 강하게 이끌리기 때문이다. 제리는 여성혐오 성향을 짙게 드러내는데, 데이지에 비하면 엉덩이가 넓적한 이탈리아 여성이나 다리가 긴 아일랜드 여성 등의 여성들은 “끔찍한 기계”처럼 여겨진다고 고백하기도 한다(108).
결국 데이지(제리의 이국적 환상)는 죽었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은 가족들 주변에 불편한 존재로서 계속 맴돈다. 박수정은 필리스 체슬러(Phillys Chesler)의 “우리가 ‘광기’로 간주하는 것은 여성의 경우든 남성의 경우든, 가치를 폄하당하는 여성의 역할에 따른 행동이거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혹은 일부분 거부하는 행동이다”라는 주장을 이렇게 정리한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성역할을 충실히 따를 때도, 또 그와 반대로 그 역할을 거부하고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때도 광기와 연관되므로 이중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 달리 말해, 광기의 개념과 진단에 항시 젠더의 존재가 개입한다는 말이다. (전자는 논나에 해당될 것이고, 후자에는 데이지가 해당하지 않는가?) “데이지를 가택 연금한 후 그녀는 점점 짐승처럼 변해 간다. 그녀는 말을 하지도, 잠을 자지도, 한밤중에 알몸으로 동네를 배회하거나 수영장에서 부유한다. 그녀는 제리와 더 이상 성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녀는 성역할도, 성행위도 거부하지만 동시에 극도로 성적인 존재로 묘사되는데, 이것이 그녀의 광기의 실체이다.” 그것은 그녀의 타자성이 발현하는 양식이다(박수정 100).
*** 위의 내용은 데이지의 행동들이 '정상적'(?)이었다는 그녀에 대한 맹목적인 옹호이기보다 서사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인공 제리가 개인적인 부부 관계 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없게 되자 그것을 여성(개인)의 광기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빠져나가려 꾀하고 있는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데이지의 자살이 단순 사고사로 처리된 것처럼.
3) 제리의 행동을 검열하는 딸, 테레사
During her undergraduate years when she seemed angry about almost everything I did, and pretty much saw me, she once even said, as “the last living white man,” my smart-as-heck daughter often felt compelled to expose my many travels for the rapacious hegemonic colonialist “projects” that they were. (28)
I realize I may be waxing pathetic here, your basic sorry white dude afflicted with what Theresa refers to as “Saigon syndrome” (Me so hor-ny, G.I. Joe!) and fetishizing once again. . . (107)
I am a person who is taken much more by what people say than what they do. I tend to overrecognize signifiers, to quote my daughter; I’m easily awe-struck by symbol and tone. (35)
유니스(Eunice)와 테레사는 앞에서 논의된 여성상과는 현격히 다른 성격을 보이는 여성 인물들이다. 특히 테레사는 일인칭 백인 남성 화자의 독단적 서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체로서 현실 도피적 성격을 가진 제리의 삶의 태도, 가족을 대하는 방식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은 계기를 마련하는 인물이다. “테레사가 서사장치로서 제리의 이야기에 개입하는 방식은 그녀의 언어가 제리의 말을 보충하거나 재단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 . .] [제리]의 이야기에는 그의 지적 능력을 넘어섬직한 거대한 용어 내지 개념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때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 문학박사학위 소지자인 “엄청나게 유식하고 지나치게 교육을 받은 딸 테레사”를 참조한다”(박수정 104). 비록 테레사의 말들이 거의 모두 자신을 비난하는 내용들이지만, 제리는 그것들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서 기억해내는데 이는 (그가 공개적으로는 부인할지라도) 그녀의 비판이 합당함을 본인도 어느 정도 인정하기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제리는 종종 자신의 행동을 검열함에 있어 테레사를 소환한다.
“She doesn’t want to hurt the baby, Jerry,” he says. “We’ve fought over this and fought over this and I haven’t been able to change her mind. She’s going to try to wait until after the baby’s born. It’s due in December.” (98)
테레사는 임신중절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달수를 채워 아기를 낳을 때까지 치료를 유보하기로 결정한다.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결단은 제리의 관점에서는 “지성과 논리의 극단”에 있는 테레사가 “가장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렇게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타자의 행위”는 제리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혹은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다(박수정 106).
*** 이외 organizer로서의 유니스
박수정. 「나의 이웃, 나의 박해자인 가족: 이창래의 『비상』 과 타자와의 대면」.『현대영미소설』18.1 (2011): 35-57. Print.
_____. 「배틀 가의 미친 여자들: 이창래의 『비상』 에 나타난 가부장제, 인종, 젠더」.『현대영미소설』16.1 (2009): 87-109. Print.
Chang-rae, Lee. Aloft. London: Bloomsbury, 2005.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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